외국이 우리나라에 강한 애정을 갖고 있구나 느낄 때마다 묘한 감정을 듭니다. 대부분의 장기 체류로 타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의 경우 그 나라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는 한 오랫동안 타국에 머물기는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특히 그 분들의 경우 한국사람들보다 더한 애정으로 김치와 태극기, 태권도와 같은 문화부터 독도나 위안부 등 역사적인 문제들까지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분들을 볼 때에는 제가 한국인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제 비루한 애국심이 부끄러울 때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를 정말 사랑하고 자신의 모국처럼 여기는 분들을 보면서 저도 우리나라를 더욱 더 잘 알고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달걀이 걸어간다>는 픽션과 논픽션이 절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역사소설은 픽션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논픽션이 극의 재미를 더해주면서 소설의 배경으로 나오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거 같습니다. 그런 맛에 보기도 하고요. 외국인이 본 한국은 어떤 모습이고 그들은 어떤 모습에 매료되어 이 나라 한국, 혹은 조선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는 지, 그리고 왜 제목이 달결이 걸어간다인지 궁금증을 가득 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설은 일제치하의 영국 언론인(신문사 운영) 어니스트 베델과 일본 인권변호사 후세 다츠지, 한국인 이수현과 아프리카 수단에서 그들을 위해 봉사한 한국인 카톨릭 사제 이태석 신부 등 역사적 실존 인물들과 관련하여 그들의 업적을 재조명한 소설입니다. 또한 소설은 실존 인물들의 일대기가 아닌, 이들의 공개된 위대한 업적 중 일부분을 모티브로 삼아 등장인물 및 줄거리 등을 창작하여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논픽션 역사 소설입니다.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액자처럼 끼어들어 있는 액자소설이고요.
위의 네 사람은 실존했던 인물로 네 사람의 공통점은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 희생 정신을 보여주셨다는 겁니다. 저자 본인이 서문과 책의 이야기 전반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거와 같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고 개인의 이익과 평온한 삶마저도 포기한 책 타인을 위해 인류적인 희생 정신을 보여준 이들을 삶을 재조명하며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본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이 나왔습니다. <달걀이 걸어간다>는 아버지의 회사일로 영국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니게 된 한국소년 영현과 아프리카 수단에서 전쟁의 상처를 입다가 한국인 카톨린 신부님을 만나 영국의 수전의 집에서 유학을 하게 된 수단소년 빌, 그리고 활발하고 정의감 넘치는 영국소년 수전이 같은 반의 친구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외국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갖가지 부당하고 억울한 일들을 당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우정을 바탕으로 그런 친구들까지 감싸 안으며 서로의 성장에 기꺼이 도움을 줍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영현은 수전의 선조이자 과거 조선의 핍박하는 조선인들을 위해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베델을 알게 됩니다. 학교과제로 나온 존경하는 인물로 베델을 선정하여 조사하는 영현과 그런 영현 덕분에 베델을 알게 된 친구들은 그 분과 빌에게 새 인생을 살게 해준 한국인 카톨릭 신부님을 통하여 고귀한 희생정신에 존경심을 갖게 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움을 통해서 성장하게 된 아이들은 내면이 성큼 자라게 됩니다. 나이를 먹어 대학생이 된 수전은 수학을, 빌은 또다른 미국 유학을, 그리고 영현은 한국으로 돌아와 역사학을 전공하게 됩니다. 역사학을 공부하다 역사심포지엄에서 만난 후세 강사를 통해 그의 선조인 후세 다츠지 또한 일본인으로서 타국의 핍박받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후세 강사와 교류하게 됩니다. 후세 강사의 배려로 일본에서 강제 징용된 분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의 기회를 얻어 방학 기간 동안에 일본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안타갑게도 일본의 지하철 역 선로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고 목숨을 잃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영현과 빌, 수전 그리고 죠수아의 우정을 알고, 영현이 얼마나 올바르고 현명하면서 맑은 아이에서 청년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그 신념대로 살아왔는지 쭈욱 이야기를 읽으면서 접하였기에 마지막 영현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소설 속에서나 있는 이상적인 아이들이야, 라고 생각하며 이상적이었던 어른 상인 수전의 부모와 영현의 부모, 그리고 영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들까지 어떻게 생각하면 이 책 속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조금은 현실감이 떨어지고 이상적인 존재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더 불편함 없이 책을 보기도 했고 마지막에 픽션 임에도 일본의 달라지지 않는 보수적인 정치 모습에 현실의 안하무인한 일본의 정치인들이 생각나 화가 더 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영현과 수전, 그리고 빌 이 세 아이들만 봐도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또한 책 제목에 대한 저의 궁금증은 영현의 추모식에서 빌의 추도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태어난 아프리카 사람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전해지는 말을 하나 소개하면서 오늘 제 친구였던 영현의 추도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라는 나라에는 '언제인가 달걀이 발로 걸어갈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걀은 당연히 달걀의 상태로는 걸어 다닐 수 없습니다만, 그 달결에서 병아리가 나오고 그 병아리가 닮이 되면 닭은 걸어 다닐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거대한 나무도 그 시작은 아주 작은 묘목에서부터 시작되는 것과 같습니다. 위와 같은 아프리카 말처럼 제 친구였던 영현의 거룩한 희생정신이 작은 밑거름이 되어 영현이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꿈꾸었던 것과 같이 과거의 아픈 역사가 바로 세워지고 앞으로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저는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추도사를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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