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holic] 대하·전어, 펄떡펄떡..억새·갈대, 넘실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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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홍성 남당항에서 즐기는 대하 소금구이(왼쪽 사진). 민둥산에서 다음달 26일까지 억새축제 열려요(오른쪽 사진).

낙엽 한 큰 술, 탱글탱글 물오른 대하 3㎏. 부추 대신 억새 갈대 슬쩍 얹고, 파란 하늘 양념 톡톡. 여기에 달큰한 커피향 소스를 버무린다. 고든 램지도 울고 갈 나만의 가을 레시피(요리법). 매경 독자들을 위해 은밀하게 공개한다. 개봉 박두, 기대하시라.

◆서해로 훑는 가을 맛 기행 가을 동선은 뭐니 뭐니 해도 서해 라인이다. 게다가 맛 기행 코스라면 기어이 서해로 납시기를. 핵심 포인트는 충남 홍성군 남당항이다. 남당, 두 글자 살짝 혀끝에 올려놓고 발음해 보시라. 팔딱팔딱 뛰는 대하의 역동감, 딱 느껴지실 게다.

일단 오서산부터 찍었다. '전채'처럼 먼저 맛봐야 할 곳이 오서산. 명불허전 억새밭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흉내(억새풀을 손끝으로 만지는 장면)를 내며 잠깐 여유를 즐긴 뒤 바로 남당항 행. 오서산에서 남당항까지는 차로 30분이다. 갈 때는 필히 어사리선착장에서 남당항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이 포인트, 전국 으뜸 낙조 라인이다. 천수만을 따라 길게 뻗은 죽도를 지나면 안면도 남쪽 끝. 원산도, 효자도, 고대도, 장고도, 삽시도 등 육안에 잡히는 덩치 큰 섬들이 파도와 함께 리듬을 탄다. 소도, 추도, 육도, 월도 등 앙증맞은 섬들의 리듬은 그 옆에서 스타카토로 끊어진다. 요즘 이곳은 제법 의젓한 시장 모습이다. 해변을 따라 신식 건물까지 들어섰으니, 예전의 정취는 없다. 그래도 우리의 목적은 오호리 대하와 전어. 집 나간 며느리까지 돌아온다는 가을 맛의 종결자 앞에 분위기가 무슨 소용인가.

가격은 ㎏당 2만~3만원 사이. 연신 펄떡거리는 대하를 바구니에 담아오면 프라이팬에 소금을 깔고 바로 구워 먹는다. 두말 필요 없는 대하 소금구이. 다음 시식은 1년을 기다렸던 전어. 소설가 한창훈이 그랬다. '전어나 병어처럼 단맛이 나는 살은 된장이 더 어울린다'고. "아저씨, 된장~" 주문하려는 찰나, 같이 간 여행기자 후배 녀석, 바로 젓가락을 날린다. 젠장. 바로잡겠다. 된장이고 뭐고 그냥 총알처럼 드시라고.

▶서해 맛기행 즐기는 Tip=남당항 대하축제 10월 말까지다. 맨손 대하잡이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연일 이어지니 아이들 꼭 데리고 가보실 것. 오는 길엔 서천과 함께 소래포구로 이어지는 라인으로 코스를 잡으면 된다. 세 곳 모두 대하 전어 꽃게까지 '가을 맛 3대 천왕'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명소다. 홍성 가신 김에 홍성 5일장도 꼭 보실 것. 홍성 5일장(1ㆍ6일)은 주변 보령 청양 등에서 몰려올 만큼 장이 크게 선다. 시장 명물은 소머리국밥. 원성집, 뚱땡이 아줌마, 홍동집, 안성집, 홍성집이 하이라이트다. 배고파 더 못 쓰겠다. 문의는 홍성군청 문화관광과 (041)630-1378 ◆가을의 상징 억새ㆍ갈대 투어 기자는 늘 '갈대'가 가엾다. 갈대는 억울하다. 모양이 비슷한 억새는 '절개의 상징'인데, 하필이면 '변절'의 아이콘으로 추락해 버린 거다. 알고 보면 억새, 갈대 오십보백보다. 억새는 들녘, 산기슭같이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갈대는 반대다. 습지에서 자란다. 그 차이일 뿐이다.

사실 가을 억새ㆍ갈대 축제 하면 억새로 대표되는 민둥산만을 떠올린다. 이럴 때 기자는 반대로 간다. 늘, 가을, 갈대의 올곧은 이미지를 돌려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혼자 죽어라 가보라고 외치는 곳이 서천(충남) 신성리 갈대밭이다. 여기 정말이지 '강추'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리 남도로 향한다. 비봉을 지나 동서천IC로 나오면 바로다. 15분쯤 달리면 이내 금강 둑. 주차장에선 아파트 2층 높이만 한 둑만 보인다. 가볍게 둑방길을 오르면 0.1초 만에 '아' 탄성이 터진다. 활처럼 휜 금강 줄기를 따라 일제히 고개를 빼곡히 쳐든 채 뻗어 있는 갈대밭. 드라마 '자이언트' '추노' '이산' '미안하다 사랑한다'까지(숨차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쌍화점' 등 왜 굳이 이곳까지 와서 핵심 신을 찍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폭 200m. 1㎞가 넘게 뻗은 갈대밭은 무려 33만㎡에 달한다. 여의도공원의 두 배다.

쌍벽 '순천만의 갈대 축제'도 꼭 찍어야 할 포인트다. 일정은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S자 해수로와 갈대 군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용산전망대는 일몰 시간대를 맞춰야 아찔한 선셋 절경을 품을 수 있다.

너무 갈대만 편애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독자들을 위해 억새 축제도 잠깐 소개한다. 억새 대표 포인트는 명성산과 강원도 민둥산이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통한다. 축제는 민둥산이 10월 26일까지, 명성산이 10월 11∼12일까지.

▶억새ㆍ갈대 축제 즐기는 Tip=신성리까지 갔다면 꼭 맛봐야 할 가을 한 잔 술이 있다. 청와대 술이란 애칭을 가진 소곡주. 신성리 갈대밭에서 동자북마을을 지나 한산소곡주 공장, 한산모시관을 지나 돌아오는 '술 익는 마을길(22㎞)' 트레킹 코스까지 있다. 잊을 뻔했다. 소곡주 애칭이 '앉은뱅이 술'이다. 한 잔, 두 잔, 달큰한 그 맛에 취하다 보면 일어나지 못하는 수 있다. 주의하시라.

[서천·홍천 = 신익수 여행·레저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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